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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 솔직 후기. 그래도 보는걸 추천 (스포없음) 본문
2020년 4월 23일, 드디어 '사냥의 시간'이 풀렸습니다. 영화 <파수꾼, 2011>으로 당시 한국 영화제의 신인감독상을 휩쓴 윤성현 감독, 기생충의 최우식 배우, 이제훈, 안재홍 등 내로라 하는 분들이 모여 만든 영화로 일찍 기대를 모았던 영화였는데요. 막상 까고 보니 반응이 영 좋지 않습니다.
저도 넷플릭스에 풀리자마자 바로 봤는데요. 기생충에 이어 외국 영화제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기사들을 몇 봤던 지라 더욱 집중, 긴장하고 봤습니다. 지적받는 대로 개연성만 놓고 보자면 잉? 하는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악역은 어쩌다 악역질을 하게 된건지, 중간중간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떡밥 회수는 언제 나오는지 등. 감독이 속편을 염두에 두고 찍은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의아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냥의 시간>은 분명 좋은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입장에서 평가하기에 다른 넷플릭스 작품들과 비교하여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 우리가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건 아닌가 싶어요. 아무래도 기생충 때문일까요? 사냥의 시간은 현재 시간 기준으로 네이버 평점 5.66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입니다. 비판 받을 점도 명백하나, 호평이 필요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사냥의 시간, 그래도 봐야하는 이유 3가지.
1. 몰입력만 놓고 보자면 근래 본 영화 중 TOP 3 안에 듭니다.
연출력이 뛰어난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거창한 효과를 넣지 않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인물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로 가슴을 조여오는 그런 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요즘 그런 영화들이 인기가 많죠. 기생충도 그랬고, 타란티노 영화들도 그런 식입니다. <사냥의 시간>도 134분 동안 계속해서 쫄리게 만듭니다. 배경이 좀 난해하긴 합니다만, 그래서 더 몰입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음악이 굉장히 훌륭했고요. 이제훈의 연기도 매우 쫄깃쫄깃합니다. 건축학개론 이후로는 이제훈 배우의 연기를 처음 본 것 같은데, 연기 실력이 굉장히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배우의 대사와 표정에 집중하는 연출 방식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2. 기생충 스타일의 음악, 한국영화선 보지 못했던 배경 톤 처리.
무엇보다 음악과 씬의 배경색의 조화가 굉장히 신선했는데요. 영화가 배경으로 하는 "경제가 기운 대한민국"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기생충 때도 느낀 거지만 우리나라 음악 감독들이 배경음을 참 잘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초반부에서의 연출은 음악이 거의 모든 걸 끌어갔다고 생각합니다. 배경색은 계속해서 노을, 석양 톤을 활용하는데요. 중간중간 재개발이 필요해보이는 빈민촌 아파트에 노을빛을 비추는데 그런 장면 하나하나가 예술이었습니다. 몇 개 장면은 영화 배경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교과서처럼 쓰였음 좋겠다 싶을 정도로 획기적이었습니다.
3. 윤성현이라는 새로운 한국 영화 장르
한국 문화계는 계속해서 좋은 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문화계가 정의했던 비디오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한국틱한 영화들이 꾸준히 잘 나와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사냥의 시간>은 한 층 더 진일보한 느낌이었는데요. 일단 한국 영화가 그간 보여줬던 총싸움과는 맛이 다릅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그런걸까요) 총격전의 수준도, 차량액션씬의 수준도 굉장히 높습니다. 감독이 이 부분에서 (할리우드만큼의 스케일은 아니지만) 나름 한국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이려 노력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영화 하면 우린 어느샌가부터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이끌어가는 분위기를 연상하곤 하는데요. 전 윤상현이라는 젊은 감독이 새롭게 도전해 보이는 시도들이 굉장히 보기 좋았습니다.
영화 <사냥의 시간>. 기대만큼의 영화가 아니었던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그건 너무 기대가 커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성현 감독의 연출은 충분히 신선했고 흥미로웠습니다. 이제훈 배우의 연기도 일품이었고요. 범람하는 비디오 콘텐츠의 홍수 덕분에, 어떤 영화를 본다 한들 뭣이 재밌는지 판가름 하기가 어려워졌는데요. 그저 대중이 '이게 재밌더라, 이건 별로더라' 하는 말들에 이끌리지 마시고, 영화 <사냥의 시간>도 재밌게 한 번 봐보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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